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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의 재혼론

드라마 작가의 재혼론

요즘은 '탤런트 누구누구의 드라마' 대신 '작가 누구누구의 드라마'로

드라마 선택기준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내조의 여왕'처럼 톱스타가 나오지 않아도 내용이 좋으면 시청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걸 보면요.


유명 드라마 작가들에겐 대체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아마 내면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특별한 시선일 것입니다.
특히
‘재혼’ 소재가 빠진 드라마가 없는 요즘에

스타 작가들은 ‘재혼’이라는 어려운 소재를
맛깔나게 풀어갑니다.



드라마 부분 파워 1위인 김수현 작가
‘청춘의 덫’ ‘사랑과 야망’ ‘내 남자의 여자’로 이어지는 것으로
반 관습, 반 통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중적 심리와 허위의식을 드러내거나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 집 남자들’처럼 서민 대가족을 등장시켜
전통적 가족 이데올로기를 펼쳐내는 작가입니다.

김수현 작가는 작년에 종영한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새엄마 영수와 예민한 소녀 소라의 갈등을 통해 재혼가정의 현실에 주목했습니다.
소라는 처음에는 자신의 생모로부터 아빠를 빼앗은 영수를 강하게 거부하지만,
드라마는 이 문제를 재혼가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아이의 소외감이라는 측면에서 현실감 있게 다뤘습니다.
“엄마와 아빠, 누구나 나 같은 건 관심도 없다”는 소라의 절규는
아이의 소외감을 절절하게 조명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소라 역을 맡은 탤런트는 연기파 아역으로 주목을 받았고요^^

더 나아가 김수현 작가는
재혼가정이 갈등관계만 있는 위기의 가족이 아닌
새로운 가족 문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서로의 주장을 존중하며 이해와 포용으로 갈등을 해소시키는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 재혼가정에 ‘희망’을 선사하기도 했고요.
이렇듯 김수현 작가의 주제 의식은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아마 연륜 있는 작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깊은 통찰일 것입니다.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의 저자이기도 한 노희경 작가

마니아층이 깊고 단단하게 형성되어있는 스타 작가입니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는 늘 상처 입고 소외된 사람들이 주인공입니다.

"상처 없는 사람 본 적 없다. 이혼한 오빠의 아이들과 함께 사는데
그 아이들도 세상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
'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전작들과 달리 치유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있어도 사는 데 큰 지장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사랑의 정의'에 대해 다시 풀어나가는 것이죠.




또 한명의 재밌는 시선을 지닌 작가가 있습니다.

‘꼭지’, '상두야 학교 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스타 반열에 오른 이경희 작가입니다.

범상치 않은 인물들과 특이한 설정, 흡입력 있는 대사, 순수하고 감동적인 가족애가 어울러져
대중과 평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이경희 작가의 ‘고맙습니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에이즈에 감염된 딸과 행복하기 위해 하루하루 감사하게 살아가는 미혼모 이영신과

애인을 잃은 슬픔으로 괴로워하는 민기서는

사랑이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보여줍니다.

이경희 작가 특유의 순박하고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에 대중들은 울고 웃기도 합니다.

영신과 기서가 만나 이루어지기까지 겪는 일들은 결국

지구가 뒤집혀도 사랑은 아름답다,
남들과 다른 사랑이라도 우리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작가의 해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