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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출발 더원] 그는 왜 내게 프러포즈하지 않을까?

[행복출발 더원] 그는 왜 내게 프러포즈하지 않을까?



A양에게는 간 쓸개 다 빼줄 듯이 헌신적인 연인 B가 있습니다. 그들은 3년 넘게 뜨거운 목하열애 중이었습니다. 둘은 결국 결혼적령기라고 할 만한 나이가 되었지요. A양보다 다섯 살 연상이었던 B군은 참으로 다정하고 자상한 남자여서 연애는 B군이 전적으로 참아주고 양보하는 패턴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A양은 ‘언제나 이해해주는’ B군에게 ‘언제나 이해해달라고’ 떼쓰는 일이 많았지요.

B군의 나이가 서른 중반을 향해가자 A양은 생각했습니다. 내 혼기도 꽉 찼겠다, B군 정도라면 성격도 괜찮고 또 물론 열렬히 사랑하니까 이제는 결혼이 남았다고. B의 프러포즈를 어쩌면 당연하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웬걸요. 갑작스레 다툼이 잦아지더니 B군은 A양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돌아선 겁니다. 게다가 B군은 A양이 실연의 상처를 다 씻어내기도 전에, 무려 5개월 만에 소개로 만난 여인과 초고속 결혼식을 올렸던 것입니다. 

앞서 늘어놓은 이야기는 지인의 한 맺힌 사연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빈번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기에 놀랍습니다. '연애용 여자와 결혼용 여자가 따로 있다'는 말쯤이야 풍문으로 들어 웃어 넘겼지요. 그런데 실제 상황 속에서도 이토록 매정한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네요. 긴 시간 만나온 연인이 있다면, 결혼 적령기에 아직 결혼에 대한 언급 없이 연애를 하고 있다면, 한번쯤 생각해 볼 일입니다. “내가 남자라면, 나와 같은 여자와 결혼하고 싶을까?” (성별을 바꿔도 무방합니다 ^^;)     



나는 결혼하고 싶지 않은 여자일까?

가련한 여인 A양처럼 헌신적인 남자친구의 태도만 철썩 같이 믿고 프러포즈를 기다리다가 실연한 여자들, 긴 연애 끝에 뒤통수 맞고 너무 아파 연애할 엄두도 못 내던 여자들, 시간은 그렇게 별안간 흘러 올드미스 딱지가 붙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그녀들을 버리고 엉뚱한 곳에 장가간 남자들이 결코 ‘나쁜 남자’는 아닙니다. B군 역시 마음 약하기가 창호지 같았고 심성 곱기가 비단결 같았거든요.

하지만 여자든 남자든 평생의 반려자를 맞아야 할 결혼이라는 문제 앞에서는 연애보다 훨씬 더 따져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는 법이겠지요. 결혼은 연애처럼 감정의 이끌림대로 무모하게 뛰어들 수 있는 호락호락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단 결혼이라는 문제는 남자에게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책임감을 지우고, 그 책임감 속에 경제적 부양의 부담감이나 심리적인 압박감까지 곁들여져 있으니 말입니다. 


연인에게 결혼 생각을 왜 하지 않는 거냐고 불평을 늘어놓기 전에 만남의 패턴이 어떠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연애할 때야 더 많이 좋아하는 쪽이 더 많이 참고 양보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 앞에서라면 양보와 배려는 한 사람만의 몫으로는 절대 부족합니다. 평생을 함께 하면서 아무리 잘 맞는 찰떡궁합이라도 수십 번을 부딪쳐야 할 텐데 성격이나 가치관이 너무 맞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맞출 노력조차 하지 않는 고집불통이라면 함께 살아갈 자신이 없게 됩니다. 결혼에 임박한 순간이 오면 연인의 단점이 더 명확하고 자세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다가 현실적인 상상들을 많이 하게 되니까요. 당신의 경제관념이 ‘일단 쓰고 보자 주의’ 라던가, 연인의 부모님이나 지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불손 해왔다면, 그는 당신을 상대로 결혼을 상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혼상대=내 애인+내 부모의 며느리+내 아이의 엄마

결혼을 염두에 두는 많은 남녀들을 상대로 물었을 때 상당수가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경제력, 학벌, 집안 등이 비슷한 상대를 만나 결혼하는 것에 대해 의외로 부정적인 잣대를 겨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펄펄 끓는 사랑도 언젠간 식어가게 마련이기 때문에 큰 트러블 없이 잘 맞는 상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생활패턴이나 가치관이 잘 맞는 사람도 결혼하고 싶어지는 상대입니다. 약 30년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같이 살아가야 한다면 무수한 싸움과 갈등을 반복할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충돌을 덜고자 하는 의미입니다. 연애할 때는 성격이 달라서 호기심이 생겼고, 취향이 달라서 재미나게 느껴졌고, 생활패턴이 달라서 신비감이 들 던 것도 결혼 앞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나 봅니다. 

상대가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요소들도 연애 시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결혼을 염두에 둘 때에는 큰 문제가 되는 요소입니다. 가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지녔는지, (정작 본인은 아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어린아이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것들 말이지요. 빼어난 미모를 갖춘 여성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성이야말로 최고의 신붓감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하지만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따로 있느냐는 물음에는 절대 긍정도 절대 부정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결혼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부모님이 좋아하는 상대와 조건을 맞추어 결혼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랫동안 질긴 사랑을 나눈 연인이 집으로 돌아갈 때, 그 뒷모습을 보고 결혼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요. ‘사랑’의 반대말이 ‘조건’이 아님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