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재혼맞선의 계절, 창피하지 않게 애프터 하는 법
소개팅이나 맞선, 첫 만남은 보통 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 모르는 채 시작되기 때문에 오히려 쉽습니다. 상대에 대한 호불호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서 만남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들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더 중요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첫 만남 이후, 바로 두 번째 만남입니다. 쉽게 말해, 애프터 신청의 ‘벽’이 남아있는 거예요. 용감하게 먼저 애프터 신청을 한다고 해도 상대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서 난처해할까 겁도 나고요.
반대의 경우도 진땀나기는 마찬가지죠. 수락과 거절의 경우의 수를 모두 헤아리다보면 아무리 대담한 사람이라고 해도 소심해집니다. 더욱이 요즘에는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에 대한 편견이 참 많이 무너졌기 때문에, 애프터 신청이라는 부담스러운 숙제가 비단 남자분만의 몫도 아닙니다. 수줍음은 여자들만 느끼는 감정이고, 용기는 남자들만 가져야하는 덕목이 아니잖아요. 반드시 남자가 애프터 신청을 해야 한다는 법도, 여자는 오매불망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는 법도 없지요. 따라서 남녀를 불문하고, “다음에 또 만나요”라는 단 한마디를 위해 우리는 골머리를 앓습니다.
애프터 신청의 성공여부는 첫 만남에서 이미 절반 이상 판가름 났다고 봐야 합니다. 첫인상이 좋았고 충분히 즐거운 교감이 이루어졌다면, 안절부절 할 것도 없이 당당하게 애프터 신청을 해도 괜찮습니다. 애프터 신청의 방법이 좀 서툴다고 해서 첫 만남의 즐거운 기억을 무너뜨리진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상대가 너무너무 싫어 죽겠다는 얼굴로 시종일관 앉아 있었다거나, 무슨 얘기를 해도 딴청에 먼 산 바라보기만 했다면, 아무리 내 마음에 쏙 들었다손 치더라도…… 글쎄요. 다음 만남을 기약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대놓고 싫은 티를 내고 앉아 있었던 상대가 예의 없는 것임은 분명하지만 말입니다.
말하자면 상대는 모종의 거절신호를 미리미리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원하지 않는 애프터 신청을 받아 곤란해지지 않으려고 말이지요. 눈치코치 없기론 따라올 자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는지 정도는 감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오겠냐는 정신으로 들이대다가 서로 상처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격식과 접대성 미소가 난무하는 첫 만남에서 상대방의 진심을 골라 읽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죠. 그럴 때는 헤어진 뒤 문자메시지를 보내보는 것도 좋습니다. 특별한 미사여구가 동원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며 내가 마음에 드느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목적은 당신의 연락처를 편안하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긴장이 풀리면서 쌓인 피로가 몰려올 것이므로 편안하고 간결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떤 멘트를 써야할지 고민 하느라 하루를 홀랑 보내는 일만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90분 이후에 급격히 흐려지기 시작하니까요. 상대가 마음에 들었다면 너무 고민할 필요 없이, ‘덕분에 즐거웠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우회적으로 호감을 표시하는 것이지요. 상대의 답신에 따라 ‘미래형’ 약속을 기약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상대가 마음에 든다면 첫 만남의 자리에서 적당한 거짓말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취미나 문화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을 때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상대가 좋아하는 영화라던가 공연, 전시회, 취미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평소에 생판 모르고 있었고, 관심의 끄나풀도 없던 분야라고 해도 관심을 보이는 것입니다. 어설프게 ‘나도 너무 좋아한다’라고 했다가는 심도 깊은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고요.
관심과 호기심을 보이는 정도로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누군가 흥미롭게 대해주는 것만으로도, 이것저것 소개해주고 싶은 게 사람마음이잖아요. 이렇게 관심 분야나 취미 생활을 엮어 놓으면, 애프터 신청이 훨씬 더 쉬워집니다.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핑계거리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첫 만남에서 공통분모를 설정해놓지 못했다고 해도, 기회는 있습니다. 며칠 뒤, 첫 만남에서 둘이 갔던 레스토랑이라든지 카페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같이 있었던 장소만큼은 확실한 공통분모가 되어주기 때문이지요. 사실 그날 갔던 곳을 다시금 궁금해 한다는 것은, 그곳에서의 시간이 꽤 좋았다는 표현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상대방 역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친밀감을 형성하고, 한 번 더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이지요.
거짓태도로 상대를 낚으라는 말이 아니라는 거 아시죠? 중요한 것은, 부담스럽지 않게 다음 약속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솔직한 게 좋아도 딱 한 번 봤는데, 첫 눈에 반했다며 꼭 다시 만나야 한다고 적극 애정공세를 펼친다면 어떨까요. 물론 상대방의 기분이야 으쓱할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신뢰도 형성에는 썩 좋지 못할 것입니다. 잠깐 기분 좋다가도 가만 생각해보면 ‘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이럴까, 참 속 없는 사람이구나’ 싶을 테니까요. 자연스러운 핑계를 만들어 다음 약속을 잡아 보세요. 아무리 쥐어짜도 적당한 핑계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맛있는 식사 (혹은 차) 사주셨으니까, 제가 대접할 기회도 한 번 주세요’ 정도도 괜찮습니다. 상대방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애프터 신청의 첫걸음입니다^^
이래도 거절한다면? 그는, 그녀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은 것입니다. 과감히 패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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