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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arry

이혼 그 후...과거의 사랑을 용서하세요! 빌리 홀리데이처럼...

흰 욕조위에 엎드려 있는 여자, 그리고 바닥엔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하이힐 한켤레...

이런 쓸쓸한 영상보다 허스키 음색의 짙은 호소력과 이와 대비되는 가느다란 떨림이 주는
압도적인 슬픔으로 더욱 더 온 화면을 사로잡았던 음악
…. 기억나시나요?
1994년도 모 구두회사의 CF에 삽입되어 유명세를 탔던 Billie Holiday“I’m a fool to want you”

라는 노래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대로라면그녀의 스윙에 맞추어 세계가 스윙할 정도로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여성 재즈 보컬로 꼽히는 그녀는
, 신의 은총과도 같은 목소리와는 딴판으로
아주 불행한 삶을 살다
44년간의 짧은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설적인 재즈보컬 빌리 홀리데이
 


1915
년 흑인 슬럼가에서 태어나(이때 어머니는 13, 아버지는 16살이었다고 합니다)
10
살 때 백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감화원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뉴욕 할렘가의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가 하면, 이후 인종차별의 장벽을 넘어서 유명한 재즈 가수가 된 이후에도
두번의 불행한 결혼과 마약에 찌든 생활 끝에 쓸쓸하게 어느 병실에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

 

그녀의 첫번째 결혼 시기는 1941년.
상대는 캘리포니아의 한 나이트클럽 매니저로 바람둥이에 아편중독자였습니다
.
첫 결혼은 Billie Holiday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을 뿐 아니라
 마약에 빠져든 계기가 되기도 했죠.

첫번째 남편과 이혼 후 재혼한 그녀는 공연에서는 매번 성공을 거두지만 결혼생활은 역시 순탄치 않았습니다.
두번째 남편은 그녀의 수입을 갈취했고
, 그녀에게 돌아오는 수입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1951
년 세번째 결혼과 함께 재기에 성공하였지만 그녀와 남편은 불법무기, 마약소지 혐의로 체포되고
이후 이어지는 불행을 이기지 못해 급속도로 마약에 의지하게 되었고 결국 1959년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런 불행한 개인사를 알고 난 후 이 노래를 다시 들어보니
'바보 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사랑에 빠지고, 당신을 간절하게 원한다'는 내용의 가사가
통속적인 유행가의 넋두리로만 여겨지지 않고
, 어쩌면 사랑의 본질을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번의 결혼에 이르기까지, 세번의 그 뜨거운 사랑이 각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것.

지금 현재의 사랑을 위해서, 예전 사랑에서 얻는 교훈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문득 안도현 시인의 유명한 시 너에게 묻는다가 떠오르네요.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상대의 조건만 좋으면 성격이나 다른 것들은 상관없다는 회원들의 요청을 듣게 되거나
VIP
회원수가 많다고 자랑하고, 전문직 만을 상대로 한다고 소구하는 다른 결혼정보회사들을 보면서,
우리들 모두 각박한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너무 지친 나머지
가장 중요한 여러 가치들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해집니다
.

 

40대의 하루키는 중년의 빌리 홀리데이가 감옥과 병원을 오가는 사이에 간신히 무대에 서거나
몇차례 녹음을 남긴 노래를 자주 듣게 되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퇴락했다고도 할 수 있는
빌리 홀리데이의 만년의 노래에서 내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나
?
그에 관해서 여러가지 생각해보았다. 그 안에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왜 나를 그렇게 강하게 흡인하는 것인지? 어쩌면 그것은 용서같은 것이 아닐까?” 라고 썼습니다.

 

여기서 또하나 교훈을 얻게 되는군요.

지금 현재의 사랑을 위해서 과거의 사랑을 용서할 것

과거의 사랑은 모두 용서하고, 지금 현재의 사랑에만 집중할 것

 


불행한 삶의 그늘이 느껴지지 않은 그녀의 웃음입니다
 

 

오늘밤엔 Billie Holiday의 음악과 함께 와인 한잔 어떨까요? 

바보가 되더라도 과거와 이별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