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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method

결혼 못하는 남자, 결혼 안하는 여자 <행복출발 더원 칼럼>

결혼 못하는 남자, 결혼 안하는 여자 <행복출발 더원 칼럼>



1933년 일제 강점기 시절 월간지 '삼천리'에 '만혼타개 좌담회'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광수, 나혜석, 김억 등 당대 유명 지식인을 초청해 노총각, 노처녀를 결혼시킬 방법을 궁리한 내용이다. 요즘 말로 하면 '결혼장려 자유토론회'쯤 될까. 당시에도 결혼을 꺼리는 사회 현상이 큰 고민이었던 모양이다. 그 일부를 현대식으로 옮겨본다.

기  자 독신으로 지내는 불행한 남녀를 구제할 방법이 없을까요.
이광수 남자들은 저 혼자 살기도 어려운 세상에 아내까지 책임질 엄두가 안 납니다. 형편 나아지면 올해나 내년쯤 하자고 늦추다가 그만 혼기를 놓치는 거죠.
나혜석 여자들은 주변 결혼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진저리를 칩니다. 특히 학력수준이 높은 여성일수록 결혼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봐요.
김  억 학력수준보다는 부부의 성격 차이가 문제입니다. 결혼 조건으로 외모나 학력, 경제력만 따지고 성격 조화를 염두에 두지 않으니 이혼을 할 수 밖에요.

기  자 이렇게 막연하게 시집장가 안가는 이유를 말하지 말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나혜석 독신 여성들은 싱글 우울증을 음악 듣고 문화공연 보며 달래는 것 같아요.
기  자 사실 결혼하려 해도 기회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요. 일본 잡지를 보니 동경에 있는 찻집에 여종업원들이 예뻐서 남자들이 몰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남녀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연애시장, 결혼시장이 형성돼야 합니다.

오늘자 기사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1930년대에도 남자들은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때에 무슨 결혼이냐며 연애를 기피했다. 원조 '골드미스'도 등장했다. 많이 배운 여자들은 결혼으로 불행해지느니 차라리 문화생활을 즐기겠다고 선언했다. 결혼 못하는 남자, 결혼 안하는 여자를 고민하는 모습은 1933년이나 2009년이나 달라진 게 없다.

변함없는 게 또 하나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싱글들은 결혼하려고 해도 기회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적당한 상대가 나타나면 결혼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인연 찾기에 소극적이다. 그러다 상황 탓, 주변 탓 하며 나이만 먹어간다. 해법은 간단하다. 1930년대 일본에 있었다던 그 찻집을 떠올려 보자. 이성을 만날 기회를 만들려면 일단 몸을 움직여야 한다. 싱글 남녀가 몰리는 헬스클럽, 스타벅스, 미팅이벤트 등 어디라도 좋다. 드라마에 나오는 건어물녀처럼 퇴근 후 속옷 차림으로 뒹굴지 말고 말이다.